2025년 상반기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SBS 드라마 **「귀궁」**은 첫 방송부터 단숨에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강력한 흡입력을 입증했다. ‘궁으로 귀환하다’는 의미의 제목처럼, 이 드라마는 현대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조선 후기 가상 왕조의 권력투쟁과 궁중 정치의 세계를 정교하게 풀어낸 사극이다. 동시에 여성의 시선으로 본 궁중 생존 서사라는 점에서 진취적인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1. 스토리와 배경 – 여성의 권력, 그 이면의 정치
드라마 <귀궁>은 가상의 조선 왕조를 배경으로, 폐위된 왕후 ‘민가희’가 다시 궁궐로 돌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 민가희는 정적의 음모로 인해 궁을 떠나야 했던 인물이지만, 돌연 복권되어 후궁이 아닌 ‘귀궁’의 신분으로 다시 궁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귀환은 단순한 복권을 넘어서 권력의 판도를 뒤흔드는 서막이 된다.
이 드라마는 흔히 볼 수 있는 로맨스 중심의 사극이 아니다. 민가희가 다시 궁에 들어오며 드러나는 인물 간의 치열한 심리전, 교묘하게 얽힌 정치적 연합과 배신, 그리고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이 주축이 된다. 권력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생존하고, 또 그 권력을 주체적으로 쟁취해 나가는지를 묘사하며 여성 서사로서의 완성도 또한 높다.
2. 캐릭터와 연기 – 몰입감을 이끄는 생생한 인물들
주인공 ‘민가희’ 역을 맡은 김지원의 연기는 단연 백미다. 기존의 선하고 희생적인 궁중 여성상이 아니라, 지적이며 단호하고 때론 냉혹할 정도로 현실적인 여인을 그려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녀의 눈빛 하나, 목소리의 떨림 하나에서 감정을 세밀하게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유도한다.
상대역인 이현우는 왕이자 정치적으로 흔들리는 황실의 중심 인물 ‘이경’ 역을 맡아, 복잡한 내면의 갈등과 통치자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방황하는 군주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연기한다. 그 외에도 대비마마, 내관, 좌의정, 중궁전의 궁녀 등 각 인물들도 모두 고유의 사연과 동기를 가진 입체적 캐릭터로 구성되어 있어, 각각의 시선에서 전개를 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3. 연출과 미장센 – 고전미와 현대적 감각의 결합
<귀궁>의 연출은 전통 사극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시각적 요소에서 현대적인 감각을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궁궐의 복식, 의전, 공간 배치 등 전통적인 장치를 섬세하게 재현했으며, 특히 명암 대비를 강조한 촬영 기법은 각 장면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밤의 촛불 아래 벌어지는 은밀한 대화, 새벽 어스름 속의 독백 등은 감정선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한다.
또한 배경 음악 역시 드라마의 분위기를 훌륭히 뒷받침하고 있다. 고전 악기와 현대 음향 효과를 조화롭게 활용하여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유도하며,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긴장감과 여운을 동시에 남기는 데 일조한다.
4. 대중 반응과 의미 – 한국형 사극의 재발견
방영 직후 <귀궁>은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며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한국 사극 장르의 세계적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사례다.
무엇보다 <귀궁>은 단순한 궁중 로맨스를 넘어, 권력과 정의, 인간의 본성과 생존의 윤리를 교차시키며 복합적인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드라마는 사극이 시대극을 넘어 현대적 문제의식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임을 보여주는, ‘한국형 사극의 새로운 정점’이라 할 만하다.
5. 결론
SBS <귀궁>은 매 회차마다 숨 가쁘게 전개되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섬세한 캐릭터 조형, 깊이 있는 연출로 2025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여성 주체 서사라는 점에서 기존 사극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다.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기대되는 작품이며, 완결 이후에도 오랫동안 회자될 수 있는 작품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드라마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필수 시청작이다.